<1Q84 2권 中>
사 년 전에 아버지는 NHK를 퇴직하고, 그뒤 얼마 안 있어 치매 환자 케어를 전문으로 하는 지쿠라 요양소에 들어갔다. 덴고는 지금까지 그곳에 두 번밖에 찾아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입소한 직후, 유일한 가족인 덴고는 수속 절차 등의 문제로 거기까지 찾아가야 했다. 그다음에 또 한 번, 역시 꼭 가지 않으면 안 될 사무적인 볼일이 있었다. 그 두 번뿐이다.
(191쪽)
유산이라고 할 만한 것은 남겨주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수는 있었다. 그건 덴고에게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자신의 진짜 생물학적인 부친이건 아니건, 덴고는 아버지에게서 무엇 하나 물려받을 마음이 없었고, 아버지에게 굳이 뭔가를 해줄 마음도 없었다. 그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온 인간이고, 각기 다른 곳을 향해 가는 인간이다. 인생의 몇 년인가를 우연히 함께 보냈다. 그뿐이다. 치매를 앓아 요양소에 가게 된 건 참으로 딱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덴고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192쪽)
열차가 도쿄 역을 출발하자 덴고는 들고 온 문고본을 주머니에서 꺼내 읽었다. 여행을 테마로 한 단편소설 앤솔러지였다. 그중에 고양이가 지배하는 마을을 여행한 젊은 남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고양이 마을>이라는 제목의 단편이다. 환상 이야기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독일 작가가 쓴 것이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에 낀 시대에 쓰인 것이라고 해설에는 나와 있었다.
한 청년이 가방 하나만 들고 혼자서 마음 내키는 대로 여행을 한다. 목적지는 딱히 없다. 열차를 타고 가다가 왠지 끌리는 장소가 있으면 거기에서 내린다. 숙소를 정하고 마을을 구경하고, 흡족할 때까지 그곳에 머문다. 싫증이 나면 다시 열차를 탄다. 그것이 그가 휴가를 즐기는 방식이었다.
차장 밖으로 아름다운 강이 보였다. 구불구불 흘러가는 강을 따라 우아한 초록빛 구릉이 이어지고, 그 중턱에 아담하고 고즈넉한 느낌의 마을이 있었다. 오래된 돌다리가 걸려 있었다. 그 풍경은 그의 마음을 유혹했다. 이곳이라면 맛있는 송어요리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열차가 역에 정차하자 청년은 가방을 들고 내렸다. 그곳에서 내린 승객은 그 말고는 없었다. 그가 내리자 곧바로 열차는 떠나버렸다.
역에는 역무원이 없었다. 무척 한가한 역인 모양이다. 청년은 돌다리를 건너 마을까지 걸었다. 마을은 괴괴하다. 그곳에는 사람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가게의 셔터가 내려졌고 관청에도 인적이 없다. 달랑 하나뿐인 호텔의 데스크에도 사람이 없다. 벨을 눌러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그곳은 완전한 무인 마을로 보였다. 어쩌면 다들 어딘가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아침 열시 반이다. 낮잠을 자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아니면 무슨 이유가 있어서 사람들이 이 마을을 버리고 모두 함께 떠났는지도 모른다. 어떻든 내일 아침까지 다음 열차는 오지 않을 것이고, 여기서 밤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청년은 정처 없이 산책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하지만 사실 그곳은 고양이들의 마을이었다. 해가 저물자 돌다리를 건너 수많은 고양이들이 마을로 들어왔다. 다양한 무늬에 다양한 종류의 고양이들이다. 보통 고양이보다 상당히 크지만 그래도 고양이다.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란 청년은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종루에 올라가 몸을 숨겼다. 고양이들은 익숙한 몸짓으로 가게 셔터를 올리고, 혹은 관청 책상에 앉아 저마다 일을 시작했다. 잠시 후 다시금 수많은 고양이들이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왔다. 고양이들은 상점에 들어가 쇼핑을 하고, 관청에 가서 사무적인 볼일을 처리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고양이들은 주점에서 맥주를 마시고 명랑한 고양이 노래를 불렀다. 손풍금을 켜는 고양이도 있고, 거기에 맞춰 춤을 추는 고양이도 있었다. 고양이들은 밤눈이 밝기 때문에 등불이 거의 필요하지 않았지만, 그날 밤은 보름달이 마을 구석구석을 비춰주어 청년은 종루 위에서 그 모든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새벽녘이 가까워오자 고양이들은 가게 문을 닫고 저마다 용무를 끝내고 줄줄이 다리를 건너 그들이 왔던 원래의 어딘가로 돌아갔다.
날이 새고 고양이들이 사라지고 다시 무인 마을이 되자, 청년은 종루에서 내려와 호텔 침대에서 허락도 없이 잠을 잤다. 배가 고프면 호텔 주방에 남아 있던 빵과 생선요리를 먹었다. 그리고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다시 종루에 올라가 몸을 감추고 새벽이 오기까지 고양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열차는 점심 전과 저녁 전에 역에 들어왔다. 오전 열차를 타면 앞으로 갈 수 있고, 오후 열차를 타면 원래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역에서 내리는 승객은 한 사람도 없고, 그 역에서 열차를 타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열차는 꼬박꼬박 역에 정차하고 일 분 후에 발차했다. 그래서 만일 마음만 먹는다면 그 열차를 타고 으스스한 고양이 마을을 뒤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직 젊은 그는 호기심이 왕성했고 야심과 모험심도 풍부했다. 그는 고양이 마을의 불가사의한 광경을 좀더 보고 싶었다. 그곳이 언제 어떻게 고양이들의 마을이 되었는지, 마을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고양이들은 그곳에서 과연 무엇을 하는지, 가능하다면 그런 것도 알고 싶었다. 세상에 이런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은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을 터였다.
사흘째 밤에 종루 아래 광장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어째 사람 냄새가 나는 거 같지 않아?" 고양이 한 마리가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들어 묘한 냄새가 나는 거 같아." 누군가가 코를 킁킁거리며 그 말에 대꾸했다. "실은 나도 그런 느낌이 들던 참이야." 그렇게 말을 보태는 자도 있었다. "이상하네. 인간이 이곳에 찾자올 일은 없을 텐데." 또 누군가가 말했다. "암, 그렇고말고. 인간이 우리 고양이 마을에 들어올 리가 없지." "하지만 그치들의 냄새가 나는 건 분명하단 말이야."
고양이들은 몇 개의 그룹을 짜서 자경단처럼 마을을 구석구석 수색하기로 했다. 작정하고 나서면 고양이들은 냄새를 아주 잘 맡는다. 그 냄새의 근원지가 종루라는 것을 알아내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의 부드러운 발이 종루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소리가 청년의 귀에도 들렸다. 꼼짝없이 들켰구나, 그는 생각했다. 고양이들은 인간 냄새에 지독히 흥분하고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들은 몸집이 크고, 날카로운 발톱과 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마을은 인간이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장소인 것이다. 들키면 어떤 꼴을 당할지는 모르지만, 어떻든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인간을 얌전히 이 마을에서 내보내줄 리는 없었다.
세 마리의 고양이가 종루에 올라와 킁킁 냄새를 맡았다. "이상하네." 한 마리가 기다란 수염을 움찔움찔 떨면서 말했다. "냄새는 나는데 인간은 없어." "거참, 진짜 이상하네." 다시 한 마리가 말했다. "하지만 아무튼 여기에는 아무도 없어. 다른 곳을 찾아보자." "어허, 정말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군." 그리고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멀어져갔다. 고양이들의 발소리가 계단을 내려가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청년은 가만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도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고양이들과 그는 좁은 공간에서 말 그대로 코를 맞댄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못 보고 지나갈 리 없었다. 그런데 고양이들의 눈에는 왜 그런지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눈앞에 쳐들어보았다. 분명 손은 보인다. 투명해진 것이 아니다. 이상하다. 어쨌거나 아침이 되면 역으로 가서 오전 열차로 이 마을을 떠나도록 하자. 계속 여기 있는 건 너무도 위험하다. 이런 행운이 계속될 리 없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열차는 역에 서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서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버렸다. 오후 열차도 마찬가지였다. 운전석에는 기관사의 모습이 보였다. 차창에는 승객들의 얼굴도 보였다. 하지만 열차는 정차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청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역사驛舍조차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오후 열차의 뒷모습이 멀어져가자 주위는 여느 때 없이 괴괴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슬슬 고양이들이 올 시간이다. 그는 자신이 상실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은 고양이 마을 같은 게 아니다.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곳은 그가 상실되어야 할 장소였다. 그곳은 그 자신을 위해 준비된, 이 세상에는 없는 장소였다. 그리고 열차가 그를 다시 원래의 세계로 데려가기 위해 그 역에 정차하는 일은 이제 영원히 없는 것이다.
(193쪽~198쪽)
덴고는 그 단편소설을 연달아 두 번을 읽었다. 상실되어야 할 장소라는 말이 그의 흥미를 끌었다. 그러고는 책을 덮고 창밖을 지나가는 임해공업단지의 무덤덤한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유공장의 불길, 거대한 가스탱크, 장거리포 같은 모양의 땅딸막하고 거대한 굴뚝. 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과 탱크로리의 행렬. <고양이 마을>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풍경이다. 하지만 그 광경에는 나름대로 환상적인 면이 있었다. 그곳은 도시 생활을 지하에서 받쳐주는 명계冥界와도 같은 장소인 것이다.
잠시 뒤에 덴고는 눈을 감고 야스다 교코가 그녀 자신만의 상실된 장소에 갇혀 있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곳에는 열차가 서지 않는다. 전화도 없다. 우체통도 없다. 한낮에 그곳에 있는 것은 절대적인 고독이고, 밤의 어둠과 함께 존재하는 것은 고양이들의 집요한 수색이다. 그런 나날이 한없이 반복된다. 덴고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좌석에서 잠이 든 모양이었다. 길지는 않았지만 깊은 잠이었다. 눈을 떴을 때, 온몸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열차는 한여름의 미나미보소 해안선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198쪽~199쪽)
덴고는 말을 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살아가는 데 지쳤어요.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데도 지쳤습니다. 내게는 친구가 없어요. 단 한 사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해요. 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가. 그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그런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내가 하는 말, 알아들어요?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는 없어요. 아니, 그게 아버지 탓이라는 게 아니에요. 생각해보면 아버지도 역시 그런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죠. 아버지도 아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잘 몰랐을 거예요. 안 그래요?"
(211쪽)
아버지는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한쪽 눈썹이 조금 치켜올라가 있었다. 옛날부터 뭔가 불만이 있을 때 그가 항상 짓던 표정이었다. "설명을 안 해주면 그걸 모른다는 건, 말하자면 아무리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거야."
덴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표정을 읽었다. 아버지가 이런 기묘하고 암시적인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항상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말밖에 하지 않았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말만 짧게 내뱉는다. 그것이 대화라는 것에 대한 그의 굳건한 정의였다. 하지만 그곳에서 읽어낼 만한 표정은 없었다.
(215쪽)
덴고는 무릎 위에서 손가락을 깍지 끼고 아버지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사람은 텅 빈 잔해 같은 게 아니다. 그냥 빈 집도 아니다. 고집스럽고 협소한 영혼과 음울한 기억을 안고 바닷가 요양소에서 더듬더듬 삶을 이어가는 살아 있는 한 남자다. 자신의 내면에서 서서히 퍼져가는 공백과 어쩔 도리 없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아직 공백과 기억이 뒤엉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윽고 공백이, 본인이 그것을 원하건 원하지 않건, 남겨져 있는 기억을 완전히 삼켜버릴 것이다. 그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가 이제부터 맞서려는 공백은, 내가 태어난 곳과 똑같은 공백일까.
황혼 무렵, 소나무 꼭대기 가지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바람에 섞여 먼 곳에서 바다울음이 들려온 듯했다. 하지만 그냥 착각인지도 모른다.
(217쪽)
Q1. 책의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야기의 진행 방식을 두툼한 비유로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 곳에 있는 것처럼 여행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문체가 하드보일드 스타일이여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나는 극호이다!!
Q2. 윗 글을 스크랩해온 이유는 무엇인가?
1Q84는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에 읽게 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 들고 왔다.
알고보니깐 2권이 거의 완결이고 3권이 외전형식이라고 한다. 어쩐지 3권읽다가 재미가 없어서 중도 하차했다.
윗 글을 읽다보면 알겠지만,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유년시절을 NNK의 재직 중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NHK는 일본 방송수신회사로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각 집을 돌아다니면서 방송 수신료 수금활동을 한다. 여기서 아버지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사람들이 더 쉽게 돈을 낸다는 것을 이용하여 어린 주인공과 일부러 동행하여 수금활동을 한다. 이렇게 아버지로 인해서 창피를 당하는 일을 많이 겪게 되어 주인공은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다.
그러고 시간이 흘러 주인공은 독립을 하게 되고 자신의 아버지가 치매가 걸려 요양소에 들어가게 된다.
주인공은 출생의 비밀을 조금씩 알게 되고, 아버지가 자신과 닮지 않았다는 사실에 친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됐든 자신의 유년시절을 책임을 져준 아버지이기 때문에 씁쓸한 마음으로 요양소로 간다.
그리고 요양소로 가는 기차안에 <고양이 마을>이라는 책을 읽게 된다.
<고양이 마을>
"한 청년이 가방 하나만 들고 혼자서 마음 내키는 대로 여행을 한다. 목적지는 딱히 없다. 열차를 타고 가다가 왠지 끌리는 장소가 있으면 거기에서 내린다. 숙소를 정하고 마을을 구경하고, 흡족할 때까지 그곳에 머문다. 싫증이 나면 다시 열차를 탄다. 그것이 그가 휴가를 즐기는 방식이었다."
-> 한 청년은 한량처럼 자신이 기분내키는 대로 살고 있다.
"날이 새고 고양이들이 사라지고 다시 무인 마을이 되자, 청년은 종루에서 내려와 호텔 침대에서 허락도 없이 잠을 잤다. 배가 고프면 호텔 주방에 남아 있던 빵과 생선요리를 먹었다. 그리고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다시 종루에 올라가 몸을 감추고 새벽이 오기까지 고양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열차는 점심 전과 저녁 전에 역에 들어왔다. 오전 열차를 타면 앞으로 갈 수 있고, 오후 열차를 타면 원래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역에서 내리는 승객은 한 사람도 없고, 그 역에서 열차를 타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열차는 꼬박꼬박 역에 정차하고 일 분 후에 발차했다. 그래서 만일 마음만 먹는다면 그 열차를 타고 으스스한 고양이 마을을 뒤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직 젊은 그는 호기심이 왕성했고 야심과 모험심도 풍부했다. 그는 고양이 마을의 불가사의한 광경을 좀더 보고 싶었다. 그곳이 언제 어떻게 고양이들의 마을이 되었는지, 마을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고양이들은 그곳에서 과연 무엇을 하는지, 가능하다면 그런 것도 알고 싶었다. 세상에 이런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은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을 터였다."
-> 고양이 마을에 내려서 고양이의 것들을 누리고 있으며, 자신이 돌아갈 수 있음에도 호기심으로 인해서 남아있는다.
"세 마리의 고양이가 종루에 올라와 킁킁 냄새를 맡았다. "이상하네." 한 마리가 기다란 수염을 움찔움찔 떨면서 말했다. "냄새는 나는데 인간은 없어." "거참, 진짜 이상하네." 다시 한 마리가 말했다. "하지만 아무튼 여기에는 아무도 없어. 다른 곳을 찾아보자." "어허, 정말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군." 그리고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멀어져갔다. 고양이들의 발소리가 계단을 내려가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청년은 가만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도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고양이들과 그는 좁은 공간에서 말 그대로 코를 맞댄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못 보고 지나갈 리 없었다. 그런데 고양이들의 눈에는 왜 그런지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눈앞에 쳐들어보았다. 분명 손은 보인다. 투명해진 것이 아니다. 이상하다. 어쨌거나 아침이 되면 역으로 가서 오전 열차로 이 마을을 떠나도록 하자. 계속 여기 있는 건 너무도 위험하다. 이런 행운이 계속될 리 없다."
-> 결국 들키게 되었지만 고양이들은 청년을 코 앞에 두고도 그를 보지 못하였다. 위험을 느낀 청년은 다시 왔던 열차를 타고 돌아갈려고 한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열차는 역에 서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서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버렸다. 오후 열차도 마찬가지였다. 운전석에는 기관사의 모습이 보였다. 차창에는 승객들의 얼굴도 보였다. 하지만 열차는 정차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청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역사驛舍조차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오후 열차의 뒷모습이 멀어져가자 주위는 여느 때 없이 괴괴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슬슬 고양이들이 올 시간이다. 그는 자신이 상실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은 고양이 마을 같은 게 아니다.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곳은 그가 상실되어야 할 장소였다. 그곳은 그 자신을 위해 준비된, 이 세상에는 없는 장소였다. 그리고 열차가 그를 다시 원래의 세계로 데려가기 위해 그 역에 정차하는 일은 이제 영원히 없는 것이다."
-> 사실 고양이 마을은 자신이 있을 공간이 아니였다. 그 곳에 오래 남아 있었고, 거기에 관해서 많은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다시 원래에 있는 공간으로 가지 못하고 상실된 장소에 남아있게 된다.
"이 책을 연달아 2번 읽은 주인공 덴고는 "상실되어야 할 장소"라는 말이 그의 흥미를 끌게 된다."
그리고 나서 요양소에 도착하고 나서 아버지에게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유년시절의 아픔을 아버지에게 말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아버지 또한, 자신과 비슷한 과거를 겪었으리라 생각하며 용서의 말을 건넨다.
이를 들은 치매걸린 아버지는 "설명을 안 해주면 그걸 모른다는 건, 말하자면 아무리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거야."라는 말을 건네게 되며 주인공은 사실을 알게 된다.
진실을 마주한 주인공은 자신의 좋지 않았던 기억을 새로운 공백으로 채울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바다울음일 정도로 아득하게 슬픈 과정일 것이다.
이까지가 내가 다시 정리한 스크랩의 내용이다.
Q3. 고양이 마을을 통해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청년은 고양이 마을에서 그들의 장소에서 자고, 그들의 음식을 먹으면서 자기가 있지 않아야 할 공간(상실되어야 하는 공간)에 오래 머무면서 영원히 그 장소에 남게 된다.
작가는 고양이 마을을 상실되어야 할 장소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 것인지 아닌지 분간을 못해서 놓아야 할 순간에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지만, 나중에 시간이 흘러 사실을 깨닫고 나갈려고 할 때 이미 늦었다는 걸 말하고 싶어한다.
이를 깨달은 덴고는 요양소의 아버지를 보자마자 자신의 아픔이었던 내면속의 있던 말을 꺼내게 되면서 슬프지만 진실을 마주하려고 한다.
Q3.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3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2권까지만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3권읽다가 중도하차할 정도로 재미가 없다.
그리고 공백으로 채운다는 말이 정말 아름다운 말인 것 같다.
고양이 마을을 읽으면 읽을 수록 여운이 남는 이야기이고 무언가를 채울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것들을 기다리는 게 더 어른이 되가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설명을 안 해주면 그걸 모른다는 건, 말하자면 아무리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거야." 라는 말은 스스로 깨닫기 전에 누군가가 가 아무리 자기한테 얘기해줘도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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